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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아니다? 전통탁주의 새로운 품격, 이호상 우리술

  • 까다로운 원료 선별, 전통 제조법 고집. 오랜 시간 공들인 전통가양주
  • 세련된 패키지에 고급스러운 맛으로 MZ세대의 호응 끌어내

우리에게 친근한 전통주로 막걸리가 있다.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의 막걸리, 만들기도 쉽고 양도 푸짐해 서민들의 갈증과 배고픔까지 해결하는 탁주다. 하지만 막걸리와는 달리 막 거르지도 않고 제조과정도 길게 소요되는 탁주의 세계도 있다.

이러한 탁주에는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가 있다. [이호상 우리술]의 이호상 대표다.

은 술을 빚겠다는 그의 의지는 재료에서부터 드러난다. 팽화미(뻥튀기해서 팽창시켜 빠르게 술이 된다-주로 수입쌀)나 밀로 빚는 막걸리에 비해 원가가 훨씬 높은 국산찹쌀이 주 원료다. 이조차도 여타 수제탁주보다 몇배 양을 늘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여기에 법제(특유의 독성을 없애고, 누룩취를 줄이기위한 전처리)한 전통누룩을 써서 발효시킨다. 세 번에 걸쳐 빚고 100일 이상 저온발효과정을 거쳐야 이호상 우리술이 나온다. 이를 삼양주라한다.

막걸리가 발효한 원료에 물을 타서 거르는 술이라면 이호상 우리술은 원주 그대로를 마신다. 그래서 도수가 높다. 탁주 평균 알코올 도수가 4~6도인데 비해 이호상 우리술은 15~17도에 이른다. 한두잔에도 취기를 느끼게 되고 잘 발효된 찹쌀의 단맛에, 양보다 질을 선호하는 여성들과 젊은층에게 어필된다. 알콜 도수가 높지만 보존제,첨가물을 안쓰니 속이 편하고 숙취가 거의 없는 술로 입소문을 탔다. 유산균과 효모가 풍부한 발효주이기 때문이라는 이호상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의 음주 트렌드는 MZ세대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출처-신한카드 소비트랜드 보고서

“어릴적 어머니가 고두밥을 찌어 펼치시면 옆에서 뽀얀 찹쌀밥을 몰래 떼어먹곤했죠 그게 술이 되는줄은 몰랐구요”

그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술을 빚는 집에서 자랐다. 예전에는 제사를 모시는 웬만한 가정에서는 다들 집에서 술을 빚었다.

그가 어찌어찌 전통주의 세계로 뛰어들고 발효와 전통누룩의 기능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스멀스멀 욕심이 올라왔다. 어차피 만드는 술이라면 제대로 빚어보자, 전통술의 장점을 극대화한 상품을 만들어보자, 막 거른 술도 좋지만 양반집 제사에 올리던 점잖은 전통술을 내 손으로 만들자고 결심했다.

“적은 재료로 빨리, 많은 양을 만들어내는 탁주는 이미 차고 넘치니까요.. 이런 이유로 탁주의 이미지가 고착되거나 퇴색된 아쉬움이 크긴 했습니다”

처음에는 생산량도 적고 가격도 일반 탁주에 비해 높아 시장으로 출시하지 않았다. 알음알음 주변의 아는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로만 판매되었던 이호상 우리술이 세상으로 나온 계기는 생각지 못한 곳에 찾아왔다. 지인과 단골들이 뜻을 합쳐 우리술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예비마을기업지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번은 박람회를 나가게 됐는데 브랜드 이미지 어필이 중요하다는 걸 제대로 느꼈습니다 “

유명업체도 아닌 작은 마을기업, 소비자의 신뢰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표의 이름을 거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랜드를 대표 이름으로 네이밍하고 모던한 느낌의 패키지로 준비했다. 박람회와 전시회, 각종 마켓 등 기회만 있으면 소비자를 만나러 나간 것이 대략 20회 이상. 패키지가 예쁘다며 다가오는 젊은이들, 시음을 한 뒤 맛있다고 눈을 반짝이던 청년, 선물한다고 들고 가는 고객들이 생기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2022년 20회가 넘게 박람회와 장터를 참여했다

술 좀 오래 빚어왔다는 분들이 시음을 하고서는 ‘이집 제대로 하는 집이네~’ 칭찬하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구입 여부와는 별개로 참 행복했다는 이호상 대표.

그가 애초에 물을 섞지 않고 도수 높은 탁주를 고집한 이유는 찹쌀과, 누룩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변질의 우려가 낮은 술을 얻기 위해서였다.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춘 탁주는 보관과 유통 기간이 짧고 변질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탁주에는 보존제, 감미료 등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탁주는 뒤가 좋지 않다,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숙취 문제가 생기는 게 싫었다.

즐기는 방법도 보통의 탁주와 다르다. 많은 양의 찹쌀로 발효시켜 단맛이 강해진 원주에다 소비자가 직접 물이나 얼음으로 희석해 마셔도 좋다. 제조과정에서 물을 타는 기존 탁주와 달리 청량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저희 술을 찾아오시는 고객들이 있다는 게 아직도 낯섭니다. 감사한 것은 당연하지요. 술을 즐기는 취향은 정말로 다양하니, 이제는 좀 다른 취향의 고객들도 인정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호상 대표가 22년도 10월에 출시한 복분자 탁주는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고, 23년도에는 제조 기간만 최소 1년이 필요한 증류주가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봄에 빚은 술이 증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상대표 – 전통주교육사진

“충남 한산에 소곡주 마을이 있잖아요. 저희 양조장이 있는 대전 산성동이 전통 수제 탁주로 유명한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집 저집 고두밥 찌고 술익는 냄새로 가득한 날을 꿈꿔봅니다“

그는 지난해 산성동 지역민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전통주 원데이 클래스를 무료로 진행하기도 했다.

빠른 길을 찾아 달려가기보다 한발 한발 짚어가며 걷는 그의 고집스런 역행이 어쩌면 가장 넓은 길을 낼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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