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 김상현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5월 19일 열린 '대전문화예술단체와 함께하는 시장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문화예술 예산을 현행 1.5% 수준에서 5%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는 민선 7기 시장 재임 당시 같은 목표를 내걸었으나 코로나19로 사실상 무산됐다고 인정하면서 민선 9기에서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사)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사)대전민예총, 대전광역시문화원연합회, 원도심문화예술인행동, (사)한국문화예술네트워크 대전지회 등 대전문화예술 5개 단체 협의회가 주최했다. 대전연예협회·대전인디음악협회·대전연극협회·대전음악협회·대전소극장협회·한국콘텐츠기업협회 등 총 38개 문화예술·콘텐츠·산업 관련 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약 60분간 질의를 이어갔다.
허 후보는 예산 문제를 먼저 꺼냈다. "올해 대전시 총예산 약 7조 500억 원 중 문화관광국 예산은 1745억 원 정도다. 전체 대비 1.5% 수준"이라며 민선 7기 시작 때 5% 공약을 내걸었으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원 조달 문제는 솔직히 인정했다. "지방채 부채율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시 재정이 녹록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의지만 있으면 문화예술 예산 몇백억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형 사업 하나 규모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 중심이 아니라 문화예술인 활동 기반, 골목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한국매니페스토 평가 기준 7기 공약이행률 97%를 강조하며 "빈말 공약은 안 한다"라고 덧붙였다. 원도심문화예술인행동 박은숙 공동대표는 문화부시장 제도 도입과 상근 문화예술특보 운영을 제시했다. 허 후보는 "민선 7기에는 과학부시장을 도입했으나 문화부시장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상근 특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특보는 3명밖에 임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 대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예술인 목소리가 예산과 사업에 반영되는 체계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문화재단에 대해서는 가장 강한 어조로 답했다. "시장이 되면 예술가의 집 안에 있는 문화재단을 즉시 이전시킬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술가의 집 전체를 예술인들의 전시·공연 상설 공간과 쉼터로 완전히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재단 내부 문제도 직접 언급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책뿐 아니라 사람도 바뀌고 내부 갈등 구조가 고착화된 한계 상황에 와 있다"라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예술인들이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의견이 정책에 담기는 방향으로 문화재단 운영을 전면 개편하겠다"라고 말했다. 대전민예총은 민선 7기 때 도입된 청소년 공연·전시 관람료 지원 사업이 사라진 문제를 지적했다. 허 후보는 "없어진 줄 몰랐다"라고 솔직히 인정하고 해당 사업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청년을 겨냥한 새 제도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문화쿠폰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온통대전 2.0과 연계해 20대 청년 대상으로 연간 10만 원 안팎의 문화쿠폰을 지급하되 공연·전시·영화 등 문화예술 소비에만 쓸 수 있게 제한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규모는 크지 않아도 문화예술 분야에선 상당한 소비 촉진 효과가 난다는 것이 허 후보 설명이다. 구체적인 대상 나이(20세~24세 또는 29세까지)는 예산 규모를 보며 결정할 계획이다. 대전연예예술인협회 주정관 지회장은 "대형 축제·공공행사에서 지역 예술인 의무 참여 비율을 조례로 제도화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허 후보는 일률적인 비율 규정에는 선을 그었다. "축제마다 특성이 다른데 같은 비율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 대신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영시 축제를 지역 문화예술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라며 "지역 축제에 지역 예술인 참여 프로그램을 일정 비율 반영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대전시가 지원하면 각 자치구도 충분히 수용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대전연극협회 윤진영 지회장은 허 후보가 7기 시장 당시 추진하다 좌절된 시립극단 설립 문제를 다시 꺼냈다. 허 후보는 "현재 연극계가 너무 양분돼 있으니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도 해결이 안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로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며 "시립극단을 비상임 방식으로 출발하고 지역 극단들과 협업해 공연을 제작하는 개방형으로 운영해보자"라고 제안했다. 오페라단에 대해서도 "민선 9기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 시립예술단 특유의 폐쇄성을 극복한 개방적 운영을 전제로 내걸었다. 대전음악협회 김이석 지회장은 음악 전용 공연장 건립과 시립관악단 창설을 요청했다. 허 후보는 현재 민선 8기가 추진 중인 전용 공연장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대안을 제시했다. "민선 7기 때 자체 조사에서 평송청소년수련원 공연장을 800~900석 규모로 개조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걸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또 원도심 은행동·대흥동 일원에 300석 내외의 중소형 공연장을 추가로 만들면 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다"라고 이야기했다. 대전디자인기업협회 이재준 회장은 전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디자인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보완책을 요구했다. 허 후보는 대전디자인진흥원 운영 현황에 대해 우려하며 "정상화가 R&D 지원보다 더 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기업협회 방성예 회장은 콘텐츠 기업 전담 거버넌스 부재를 지적하며 "당선 후 생태계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간담회 수준의 소통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허 후보는 "콘텐츠·영상 분야는 대전 유망 산업"이라며 "융복합 특수영상 콘텐츠 클러스터 사업을 7기 때 예타 통과시킨 것처럼 앞으로도 관련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허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코로나 3년 동안 다른 어떤 분야보다 문화예술계가 겪었던 고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라며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까지 보상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정책에 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와 간담회(5월 12일) 일주일 뒤 같은 형식으로 열렸다. 이 후보는 지정예술단 방식과 3단계 문화 클러스터 조성을 내세운 반면, 허 후보는 기존 시설 정상화와 예술인 활동 기반 강화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대조됐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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