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5월 12일 대전 중구 선화동 상상아트홀에서 열린 '대전 문화예술단체와 함께하는 시장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문화예술 예산을 현행 1.7% 수준에서 5%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극단·오페라단·취타대를 직접 창단하는 대신 경쟁력 있는 민간 단체에 3년치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지정예술단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사)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사)대전민예총, 대전광역시문화원연합회, 원도심문화예술인행동, (사)한국문화예술네트워크 대전지회 등 대전문화예술 5개 단체 협의회가 주최했다. 대전디자인기업협회·대전국악협회·대전연극협회·대전음악협회·대전소극장협회·한국콘텐츠기업협회 등 20여 개 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약 2시간 가량 현장 질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 김상현
원도심문화예술in행동 박은숙 공동대표는 "현재 대전시 문화예술 예산 비율은 1.7% 수준으로 타 광역시 평균 2.3%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권"이라며 예산 5% 확대를 요구했다. 이 후보는 즉답 대신 현실적 검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흔쾌히 5%, 10% 하겠다고 하면 좋다. 하지만 그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문화예술 예산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타 시도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5%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문화부시장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이 후보는 "현재 과학부시장 체제를 바꾸면 대덕특구 과학계가 반발할 것"이라며 "대신 시장 직속 문화예술 특별보좌관을 두어 현장 단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조언을 받는 역할을 맡기겠다"고 답했다. 문화재단에 대해서는 "택배 사업 집행 기관이라는 비판을 잘 안다"며 "2단계 혁신을 통해 창작 진흥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연극협회 이재린 사무처장은 "민선 7기·8기에서 약속만 되풀이된 시립극단 설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수년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세계적으로 국공립 예술단이 조직을 축소하는 추세입니다. 예산의 50~90%를 인건비로 쓰기 때문"이라며 "기존 민간 극단 중 경쟁력 있는 단체를 공모로 선정하고, 3년치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지정예술단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극단, 오페라단, 취타대 모두 이 방향으로 정리했다. 그는 배우들 주거 문제도 챙겼다. "대극장 인근에 100실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하거나 건물을 임대해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연 기간 동안 배우들이 머물 수 있어야 소극장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취지다. 대전음악협회 김재현 사무처장은 오랜 숙원인 음악 전용 공연장 건립 현황을 물었다. 이 후보는 "예술의 전당 음향이 부적합하다는 전문가 조언을 충분히 들었다"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유등천을 낀 원도심 중구 쪽에 음악 전용 공연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국제 공모까지 마쳤고 목표는 2032년 완공이 목표다"라며 "재선이 되면 바로 설계 공모에 들어간다"라고 했다. 그는 건축 철학도 밝혔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건물 하나가 도시를 바꾸는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100년, 200년 뒤에도 대전을 찾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청소년수련원 평송의 800석 규모 대강당도 올 하반기 추경 예산 약 80억 원을 투입해 음악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구 카톨릭문화회관, 옛 대전시청사 3층 강당(400석 예정), 신흥동 구 화력발전소 부지도 공연·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대전소극장협회 김영태 부회장은 "전기료 감면 규정에서 공연장이 빠져 있다"라며 소극장 경상비 지원을 위한 조례 마련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재선이 되면 소극장 전체 대표들과 실태 파악을 먼저 하겠다"라며 "전기료 감면을 포함한 경상비 지원 방안을 설계해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0시 축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대전연예협회 주정관 사무처장은 "대형 축제와 공공 행사에서 지역 예술인의 의무 참여 비율을 조례로 제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조례 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역 예술인 배려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영시 축제의 경우 지역 예산의 75%가 지역에 투자됐고, 문화예술인 5900명이 참여해 540회 공연을 했다. 지역 중심의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해야 한다는 방향은 같다"라며 영시 축제를 에딘버러 축제, 독일 바덴-바덴에 견주며 장기적 비전을 설명했다. 대전민예총 관계자는 청소년 공연·전시 관람료 지원 사업이 타 지역 업체들에 예산이 흘러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대전시 예산으로 타 지역 업체를 배불릴 수는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역 공연단체와 운영 기관이 참여하는 구조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제안을 해 주시면 이번 추경에 반영해서라도 재설계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기존 예산을 소멸시킨 이유도 설명했다. "잘못 설계된 사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새롭게 짜는 게 낫다는 문화재단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문화 예술계 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업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한국콘텐츠기업협회 방성예 회장은 "저희 협회는 지난해 3월 정식 등록 후 1년 만에 13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연합회로 성장했다"라고 운을 뗐다. "대한민국 콘텐츠 기업의 80% 이상이 연매출 3억 원 미만의 소기업이다. 대전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콘텐츠 산업 지원 정책은 유니콘 육성에 맞춰져 있었다"라며 현장 목소리를 직접 전했다. "현장에서는 매출 10억 원 규모의 강소기업 100개가 오히려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속 가능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후보는 이 관점에 공감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육성 전략이 있으신지 묻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 후보는 매출 규모에 따른 단계별 지원 전략으로 답했다. "콘텐츠 기업을 유니콘으로 육성하겠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라며 "우주항공·바이오·반도체·양자·로봇 분야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목표로 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매출 1억 원 미만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건비와 공간 지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구체적인 설명도 첨언했다. "매출 3억에서 10억 구간의 기업은 마케팅과 투자 연계 지원이 핵심이다. 두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야 기업이 제대로 성장한다. 거창한 펀드나 대규모 담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부터 설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대전디자인기업협회 이재준 회장은 "지난 정부의 RND 예산 대폭 삭감으로 450개 회원사가 직격탄을 맞았다"라며 지방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요구했다. 이 후보는 "디자인은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다리 하나, 팸플릿 하나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게 내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진흥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이창규 원장에게 디자인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용역을 외부에 넘기기보다 진흥원이 직접 기획하고 민간과 협력하는 구조로 바꿔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후보는 간담회 중간에 예산 확보 요령을 직접 조언했다. "시 공무원들은 예산을 깎으려 하고, 예산 부서는 더 깎으려 한다. 협회장님들이 예산 편성 최종 마감 전에 시장 면담을 직접 신청하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충고했다. "면담 신청을 거절한 적이 거의 없다"라며 "할 말이 있으면 찾아오시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역사·문화·예술 클러스터 3개 축을 공개했다. 대전역세권 소제동 역사문화 클러스터, 대흥은행권 문화·전시·로컬컨벤션 클러스터, 대흥동·대사동 태미 문학·창작 클러스터가 핵심이다. 각 클러스터에 공연 창작 어울터, 전통예술인 창작 공간, 게스트하우스를 순차적으로 조성하고 운영은 민간에 위탁할 계획이다. 아울러 "4년 전에 이런 간담회가 있었다면 훨씬 빠르게 발전했을 것"이라며 "선거 때만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1년에 한두 번은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의 간담회는 5월 19일 열린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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