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 하모니넷
한국과 미국이 한미 무역협상에서 극적 타결에 성공했다. 양국은 당초 25%로 예고된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며, 한국은 이를 대가로 3,500억 달러(약 48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조선업과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한국은 일본 및 EU와 유사한 조건을 확보했지만, 자동차 업계는 15%의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 인하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 외에도 대부분 품목에 동일한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일부 품목은 기존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된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타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조건이 적용되기로 했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통해 관세 불확실성을 완화했다. 3,500억 달러의 투자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되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원자력·배터리·바이오 산업 등 첨단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LNG 등 에너지 제품 1,000억 달러어치를 3년 반 동안 수입하기로 했다. 시장 반응은 복합적이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 소식 직후 코스피는 상승 출발했으나, 기관 매도세에 밀려 하락(-0.3%) 전환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이 급락(현대차 -4.5%, 기아 -7.3%)했고, 조선업종은 강세(HD현대중공업 +4.1%)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 변동성을 보이다가 0.3% 약세(3.9원 상승)를 기록했으며, 국고채 금리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해외 시각도 엇갈린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조선업 협력을 카드로 내세워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지만, 일부에서는 “자동차 관세 15%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관세가 높게 설정됐다”고 지적했으며, Citi는 “투자 약속이 미국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만큼 국내 산업기지의 해외 이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동일한 관세 조건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간 일본산 자동차는 미국에서 17.5%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이번 협상으로 한국과 동일한 15%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차 등 한국 기업들은 동등한 조건 하에서 가격·품질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산업별로는 조선업의 수혜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1,5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고용 및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관세 상승에 따라 가격 전략 재조정, 기술 경쟁력 강화,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는 미국·중국 간 밸류체인 재편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ING는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하반기 수출이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지만, 그 중심은 AI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국한될 것”이라며 “내수 진작 없이는 추세적 회복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Citi는 “이번 합의가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유리하지만, 에너지 구매나 비관세 조정 등은 한국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협상 내용의 구체성 부족을 우려한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이익의 90%는 미국에 돌아간다”고 밝힌 발언은 실무 세부내용의 비대칭성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온라인플랫폼법, 지도 데이터 등 주요 쟁점은 이번 협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국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예정 일정 속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합의는 최종 협정이 아닌 틀(framework) 수준에 머문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이번 합의로 11개국과의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으며, 최종 협상 타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관세 리스크는 줄었지만, 협정 이행 과정에서의 해석 차이와 정책 변화 가능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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