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유리조각, 둥근 '몽돌'이 되어 세상을 치유하다"...박소연 몽글라스 대표

콘기협

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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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몽글라스 대표 © 한국콘텐츠기업협회

[한국콘텐츠기업협회 회원 탐방] 우리는 흔히 유리를 '차갑고 날카로운 것'으로 인식한다. 깨진 유리는 위험의 상징이며 피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을 깨고 날카로운 파편을 가장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존재로 재탄생시키는 사람이 있다. 대전 라이콘타운 인근 카페에서 만난 몽글라스 스튜디오 박소연 대표다. 지난해 5월 창업 전선에 뛰어든 박 대표는 폐유리를 가공해 교육용 키트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1인 기업가다. 그는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자'이자, 유리의 물성을 변화시키는 '연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 가정주부에서 창업가로 단단해진 그의 내면은 그가 다루는 유리와 닮았다. 거친 연마 과정을 거쳐 비로소 둥근 보석이 되는 유리처럼 박소연 대표의 창업 스토리 또한 시련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박소연 대표가 사명을 '몽글라스'로 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파도에 깎여 둥글어진 자갈 '몽돌'에서 영감을 받았다. "유리는 날카롭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가공하면 충분히 '몽글몽글'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몽글'과 '글라스'를 합쳐 '몽글라스'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스튜디오는 이 둥근 유리가 창작되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설명처럼 몽글라스의 정체성은 '부드러움'이다. 이는 단순히 제품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환경 문제와 사회적 이슈를 부드러운 교육과 체험으로 풀어내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몽글라스는 유리가 가진 위험성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안전함과 심미성을 채워 넣는다. 창업 초기, 박 대표는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들었고 교육 현장에 직접 나가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곧 한계에 직면했다. "작가 영역만 고집해서는 수익화에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지난해 늘봄학교 수업을 진행하며 가능성을 봤습니다. 아이들이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교육용 키트를 잘 구성한다면 제가 직접 가지 않아도 학교나 기관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현재 몽글라스의 사업 구조는 교육·체험과 제품 판매가 50대 50을 이룬다. 박 대표는 올해 이 균형추를 '양산형 제품' 쪽으로 조금 더 기울일 계획이다. 작가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정부 지원사업(신사업창업사관학교)을 통해 유리를 대량으로 연마할 수 있는 가공 기계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유리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야 했기에 생산성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 기계를 도입하면서 대량 생산 길이 열렸다. "기존 분쇄기와는 다릅니다. 단순히 부수는 것이 아니라, 표면을 둥글고 매끄럽게 가공하는 연마 장치입니다. 원래 더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하려 했으나, 예산 문제로 우선 대량 가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기계를 통해 생산 속도를 높이고, 온라인 판매와 키트 납품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유리공예 키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산 저가 유리를 사용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유리에 색소를 입혀 가공한 일명 '알리·테무표' 재료들이다. 몽글라스는 이 지점에서 확실한 선을 긋는다. "저희는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유리를 직접 수거합니다. 음료수병, 소주병, 와인병 등을 가져와 직접 세척하고 가공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유리 조각을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건 어제 아빠가 마신 소주병이야', '이건 네가 마신 탄산수병이야'. 그러면 아이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보석이 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체험하는 것이죠." 박 대표는 이를 '재료의 투명성'이라 정의한다. 단순히 예쁜 공예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폐자원의 순환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게 한다. 환경 교육의 핵심은 이론이 아닌 '체험'과 '공감'에 있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는 박 대표에게 시련의 해였다. 창업에 대한 기쁨도 잠시, 어머니의 투병을 겪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돌봐야 했다. 일과 가정, 그리고 간병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습니다.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과제를 수행해야 했지만, 정작 제 생활을 지탱할 실질적인 수익은 부족했습니다. '지원금은 매출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멘토님들의 피드백 요청에 제때 답하지 못할 때는 스스로가 너무 싫기도 했습니다." 그는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그 결핍을 동력 삼아 올해는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원사업에 의존하기보다, 실질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수익화입니다. 공익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생존해야 그 가치도 지킬 수 있습니다. 올해는 도서관, 평생교육원, 문화센터 등에 적극적으로 제안서를 보내고, 발로 뛰며 판로를 개척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올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다. 첫째, 늘봄학교 진입 재도전이다. 지난해에는 정보 부족으로 제안서 제출 시기를 놓쳤다. 올해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미리 준비해, 내년도 학교 현장에 몽글라스의 교육 프로그램을 안착시킬 계획이다. 둘째, 온라인 시장 확장이다. 개발한 연마 기계를 풀가동해 생산된 제품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선보인다. 그동안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시제품 공개를 미뤄왔지만, 올해는 "50%만 완성되어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소통 창구를 넓힌다. 박소연 대표는 아직 성공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날카로운 현실 조각들을 주워 둥근 희망으로 빚어내는 작업은 이미 그 자체로 빛나는 성과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올해는 제가 만든 몽글몽글한 유리가 세상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몽글라스가 어떻게 자생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주겠다"라는 다짐에서 유리의 투명함과 몽돌의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콘기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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