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해야 할 외국어(1~10위). ©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일상생활과 공공영역에서 자주 쓰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 40개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핵심 용어인 '소버린 에이아이(Sovereign AI)'를 '독자 인공지능' 또는 '자국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등 국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는 정부 정책 및 언론 보도에 대한 국민 이해도를 높여 소통의 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의 언어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최근 공공기관과 언론에서 과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로 인해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23년 공공기관 공공언어 진단 조사에 따르면, 공공분야 외래어·외국어 접촉 비율은 2022년 36.6%에서 2023년 77.9%로 급증했으며, 말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도 2015년 5.6%에서 2020년 36.3%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문체부와 국어원은 언론계, 학계, 청년층 등이 참여하는 '새말모임'을 운영하여 공공성이 높거나 국민 생활과 밀접한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새말모임에서 마련된 후보안은 3000명 대상의 국민 수용도 조사를 거쳐 국어심의회 국어순화분과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한다. 이번에 다듬어진 외국어 중 국민 수용도 조사에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말은 '그린 테크(Green Tech)'의 대체어인 '친환경 기술'이었다. 이는 '자원 효율을 높여 생태를 보전하는 지속 가능한 기술'을 의미하며, 높은 이해도를 보였다. 이 외에도 '심 클로닝(SIM Cloning)'은 '심 불법 복제'로, '에코 테크(Eco Tech)'는 '환경 친화 기술'로, '지오 테크(Geo Tech)'는 '기후 관측 기술'로 순화되어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심 클로닝'은 '반드시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디지털 범죄와 관련된 용어의 명확한 전달이 시급함을 보여줬다. '퍼블릭 프로그램'은 '대중 참여 활동' 또는 '시민 참여 활동'으로, '어질리티'는 '반려동물 장애물 경주'로, '에인절 투자'는 '창업 초기 투자'로 각각 다듬어져 금융, 문화, 반려동물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언어 접근성을 높였다.일부 다듬은 말은 이미 우리 언어생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랙 아이스(Black Ice)'를 순화한 '도로 살얼음'은 겨울철 재난 문자, 언론 보도, 도로 안내 전광판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는 '혈당 급상승'으로, '싱크홀(Sinkhole)'은 '땅꺼짐'으로 각각 다듬어져 공공기관과 언론에서 자주 사용되며 국민들의 건강 및 안전 관련 정보 이해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쉬운 우리말 사용은 정부 정책이나 언론 보도의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한층 원활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이번 심의회에서는 중앙부처의 전문용어 표준화 노력도 함께 이루어졌다. 외교부가 요청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는 '구상'으로, '파트너십(Partnership)'은 '협력 관계' 또는 '동반 관계'로 다듬어졌다. 인사혁신처의 요청에 따라 '에이치알(HR)'은 '인사'로, '풀(Pool)'은 '후보군'으로, '원스톱(One-Stop)'은 '일괄'로 표준화되는 등 각 중앙행정기관의 전문 용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재정비되었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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