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혼자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일요일 밤 화면 속 작은 모닥불

기업과 인물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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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9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주를 마무리하며 휴식을 취할 시간, 디지털융합지식협동조합 이사이자 에세이 대표인 윤명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작은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면 배경에는 오로라가 신비롭게 흘러가고,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저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긴 해요.”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된 온라인 모임에는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접속한 대학교수, 창원의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자, 대구의 고등학교 교사, 과학책 작가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AI 시대에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남들은 되게 잘 쓰는 것 같은데 나만 못 쓰는 건 아닐까” 모임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누군가 멋진 성공담을 자랑하거나 전문적인 강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의 답답함과 어려움을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이미지를 넣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요. 내가 그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등학교 코딩 강사의 고백이었다. 영어교사는 더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생성AI로 보고서를 너무 쉽게 만드니까, 이게 얘가 쓴 건지 AI가 쓴 건지 구분이 안 돼요.” 윤명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녀 역시 대학원 과제를 하면서 비슷한 유혹에 빠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분명히 머리를 싸매고 썼을 텐데, 요즘에는 생성AI를 쓰면 너무 잘 되더라고요. 이거를 제가 굳이 머리 아프게 써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술 변화의 산증인들 한 시간 남짓한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윤명희의 경험담이었다. 그녀는 40대를 “탄성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집 전화가 무선전화기면 너무 좋았어요. 친구랑 몰래 전화할 수 있었거든요.” 윤명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말했다. “PC 뒤에 전화기 랜선 꽂아서 인터넷 했고, 1.44MB 플로피디스크에 안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분할 압축해서 받았어요.” 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 급격한 기술 변화를 모두 몸으로 겪어낸 경험.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력과 호기심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지금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유튜브가 있었던 환경에서 자랐다. “우리 아이들은 이게 없으면 어떻게 살아,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 친구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지금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기술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 모임이 끝날 무렵, 윤명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진짜로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AI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었다. 화면 너머로 만난 이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작은 위안을 얻어가는 모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나만 못 쓰는 게 아니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참가자는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요일 밤 10시, 작은 모닥불은 꺼졌지만 그 온기는 각자의 마음속에 남았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하모니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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