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승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퍼플문
한국 웹툰 산업이 세계시장으로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생 플랫폼과 창작자가 살아남을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4월 26일 대전 카페 시옹에서 박미승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창작자 시각과 사업가 감각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현재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웹툰일러스트 학과 전임 교수, 승 갤러리 엔 디자인 대표, 대전만화연합 회장을 맡아 웹툰 생태계 전반을 다양한 현장에서 조망하고 있다. 먼저 박 교수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웹툰 기업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과거 웹툰 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던 국가는 중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웹툰 산업을 잠시 거친 뒤 애니메이션과 게임 분야로 산업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반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자국 내 웹툰 작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려 한다. 정작 현지에는 활동하는 작가도 없고 기술을 가르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에서 웹툰 인력을 활발히 데리고 가는 이유다. 글로벌 웹툰 사업가들은 점차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신생 웹툰 플랫폼이 생존하려면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도 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수많은 플랫폼은 카카오나 네이버를 무작정 모방해 결제 시스템과 월정액 요금제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독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핵심을 간과했다. 독자는 일회성 소비를 넘어 만화책처럼 웹툰을 영구적으로 소장하기를 원한다. 2025년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종료된 웹툰 플랫폼 '피너툰' 사태가 이러한 독자 불만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플랫폼이 문을 닫자, 독자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소장용 만화가 전부 날아갔다. 기존 대형 플랫폼은 아이디로 접속해 클라우드 환경 안에서만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독자는 집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진정한 소장을 바란다. "신생 플랫폼은 단발성 수익 모델을 넘어 영구 소장 방식을 어떻게 구현할지 반드시 궁리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지식재산권(IP) 사업은 언제 큰 수익을 낼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창작자와 회사 모두 큰 부를 꿈꾸며 시장에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핵심 요소는 저작권이다. 과거에는 작가가 법률 지식을 잘 몰라 독소 조항이나 불리한 계약을 맺는 사례가 잦았다. 현재는 법으로 표준계약서를 규정해 그 안에서만 유동적으로 조율한다. 문제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 대표나 신진 작가 모두 현재 시장 평균 임금이나 적정 단가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을 꼬집었다. "초기 사업자는 인터넷에서 표준계약서를 직접 내려받아 꼼꼼히 숙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조율 가능한 항목을 파악하고 부천만화진흥원이나 대전만화연합 등 공신력 있는 사단법인을 찾아가 상담받아야 안전하다. 박 교수는 "작품 활동 현장에서는 창작자와 사업가가 수시로 충돌한다"라고 고백한다. 작가는 작품 완성도가 100% 마음에 들 때까지 작업에 매달린다. 반면 사업가는 80% 완성도라도 제때 시장에 출시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클라이언트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두 집단이 원활히 협업하려면 끊임없이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박 교수는 "작가에게 누군가 원해서 연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라고 꼬집는다. 상대방 니즈를 맞춰야 한다. 작가가 아프거나 영감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업을 돌연 중단하면 사업가는 막대한 금전적 타격을 입는다. 프로 작가는 이러한 변수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박미승 교수가 창작한 공사장 캐릭터 © 박미승
대학 교육 현장에서도 상업성을 예민하게 훈련한다. 박 교수는 매년 학생 10~20명을 산업 현장으로 배출한다. 기업은 작품이 대중적이고 유행하는 연출 구조를 따르는지 철저히 평가한다. 가끔 양산형 그림체에 지친 일부 기업이 완전히 새롭고 특이한 작품을 발탁하기도 한다. 학생 중 기획서를 잘 쓰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이론적 글쓰기에 능한 인재는 작가보다 교육계로 진로를 튼다. 원래 박 교수 본인도 과거 작가를 꿈꿨다. 대학 졸업 무렵 출판 시장이 어려워졌고 게임 시장 경쟁마저 지나치게 치열해지자 교육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경험이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웹툰 창작 생태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박 교수 역시 강의 자료 제작과 그림 작화에 AI를 적극 활용한다. 앞으로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리는 시대는 저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AI를 활용해 질문을 얼마나 정교하게 던지느냐가 생존을 가른다. 본래 창작자는 스토리를 짜거나 캐릭터를 만들 때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직업이다. "이 질문 역량을 AI 프롬프트에 대입할 줄 아는 창작자만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 살아남는다"라고 충고한다. 박 교수는 웹툰 시장에 다가올 5년은 거대한 재편기라고 평가한다. 무분별한 양산형 작품이나 남을 모방한 작가는 시장에서 철저히 자취를 감춘다고 예언했다. "시장은 대중성보다 희소성에 압도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기업이 획일적으로 학습시킨 범용 AI 대신, 작가 본인 고유 화풍을 직접 학습시킨 로컬 형식 AI가 웹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사업에 더 무게를 둘 예정이다. 현재 운영하는 갤러리도 벽에 거는 평면적 전시를 탈피하고 바닥에 붙이거나 입체적으로 세워두는 실험적 인터랙션 공간으로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 직접 AI와 대화하며 공상과학(SF) 만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앞으로 과학적 사실을 웹툰 콘텐츠와 결합하는 융복합 기술 연구에 역량을 쏟아부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할 계획이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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