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진 하이든든 대표 © 하이든든
영상 제작 시장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해졌다. 기술 발달로 1인 창작자가 늘고 크몽, 숨고 같은 플랫폼을 통해 프리랜서 인력이 쏟아져 나온다. 기존 문법을 가진 영상만으로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시대다. 막대한 자본과 상업 논리가 지배하는 콘텐츠 생태계에서 확고한 사회적 철학을 무기로 생존을 모색하는 기업이 있다. 윤대진 하이든든 대표는 기업 정체성을 '공익 주제에 관심을 둔 프로덕션'으로 정의한다. 지난 4월 14일 대전 한국콘텐츠기업지원센터 3층 하이든든 사무실에서 윤 대표를 만나 지속 가능한 콘텐츠 기업 생존 전략을 들었다. 윤 대표는 애초 건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청소년 상담사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가출 청소년 등 소외계층을 돌보며 세상 가장 어두운 곳에 빛을 전달하는 일에서 큰 만족감을 얻었다. 이후 잠시 정치 영역에도 살짝 발을 담그며 사회 구조를 변화하는 것에 대한 파급력을 체감했다. 40세를 앞두고 평소 즐기던 사진과 영상 촬영을 사업 아이템 삼아 창업에 나섰다. 노인 심리 지원이나 웰다잉 서비스처럼 사회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영역을 조명하겠다는 의지였다. 줄곧 간직해온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가치관은 하이든든 설립 근간이 됐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라며 명확한 기업 지향점을 밝혔다. 아무리 좋은 철학으로 창업했다지만, 스타트업이 직면한 경영 현실은 냉혹하다. 하이든든 역시 회사 운영을 위해 상업 목적 외주 제작에 집중한다. 현재 매출 대부분이 외부 용역에서 발생한다. 연간 50여 개 프로젝트를 쉴 틈 없이 수행하며 어렵게 3억 원가량 매출을 올린다. 윤 대표는 이를 '자잘한 원투펀치'라고 부른다. 수의계약 범위 내 최고 2천만 원부터 최소 300만 원 규모 소액 프로젝트까지 가리지 않고 수주한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공익 가치를 실현하려는 기관 수요와 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하이든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작은 펀치도 큰 한 방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 공익성과 상업성이 충돌할 때는 상업성 쪽에 무게를 둔다. 단,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발주처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정교하게 조율한다. 최근 한 재단과 진행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윤 대표는 재단이 하는 일을 부각하기 위한 신파 가득한 낡은 방식을 거부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이들이 하늘을 날며 미래 꿈을 펼치는 희망적인 모습을 연출하자고 선제적으로 역제안해 발주처 호응을 끌어냈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윤대진 대표(좌) © 하이든든
하이든든은 AI 기술을 적극 수용하며 영세 프로덕션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 소규모 인력으로 연간 50개 용역을 차질 없이 처리하려면 기획 단계 에너지를 극도로 효율화해야 한다. 윤 대표는 챗GPT와 제미나이 등 복수 AI 모델을 교차 활용해 스토리보드와 기획 뼈대를 짠다. 전통적인 제작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기획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발주처에도 AI 도입을 먼저 제안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분투한다. 영상 생성 결과물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므로 AI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기존 소스와 결합해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공정을 고도화한다. 윤 대표는 "신기술 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용역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실전에서 AI 활용 능력을 키우며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주 제작을 넘어 자체 콘텐츠를 통한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도 시도 중이다. 작년에는 자체 역량을 쏟아부어 '정뱅이 마을 재난 극복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재난 상황 속 이웃 간 연대와 성장 스토리를 조명했다. 윤 대표는 발상을 전환해 영화 상영을 지역 관광과 결합했다. 관람객이 정뱅이 마을을 직접 방문해 영화를 관람하고 주민과 함께 식사하는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마을 주민이 직접 관객과 대화를 이끌며 지역 사회에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상생 모델이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1~2시간 분량 모듈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가공해 일선 학교나 공공기관 재난 교육용으로 배포하는 사업 모델도 구상 중이다. "앞으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다각도로 수익화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과거 어머니 요리법을 기록하는 '엄마의 레시피' 프로젝트나 인생 다큐 자동화 키오스크 사업 등 다양한 실험을 거치며 쌓은 뼈아픈 실패 경험은 기업 자생력을 높이는 훌륭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치열한 생존 경쟁 한복판에서도 윤 대표는 무리한 계획과 과도한 목표 설정을 경계한다. 창업 첫해 제안서 작성에 매달리다가 건강 위기를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목표 지향적인 태도가 도리어 경영자 건강과 조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거창한 장기 비전을 내세우기보다, 임직원이 작업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괴롭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경영 방점을 찍었다. 중단기적으로 회사 매출 규모를 1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외부 전문 기획 인력을 충원해 자체 역량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현실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를 생산하겠다는 흔들림 없는 초심을 유지하면서도, 기업 생존과 구성원 행복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하이든든 행보가 향후 콘텐츠 산업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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