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진 제이어스 대표 © 한국콘텐츠기업협회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골목상권 부흥 정책에 힘입어 수많은 청년과 소상공인이 '로컬 크리에이터' 간판을 달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화려한 포장 이면에는 쓰디쓴 현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8년 차 스타트업 제이어스를 이끌며 지역 상권 최전선에서 소상공인 생존 전략을 연구해 온 오우진 대표를 3월 16일, 대전시 중구 목동 근방에서 만났다. 그는 정부 지원금이라는 달콤한 독배를 경계하며 철저한 고객 검증과 데이터 기반 경영을 주문했다. 제이어스는 초기 패션 AI 서비스 출시 후 마케팅 한계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아픔이 있다. 2020년 여행 스타트업으로 전환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그는 "노잼 도시(재미없는 도시) 대전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데이터 경진 대회에 나갔던 것이 전환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평수 대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숨은 맛집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으로 도전 K-스타트업 대전 대표로 선발되며 로컬 산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유성구 궁동과 서구 갈마동을 거쳐 현재 원도심에 둥지를 틀었다. 이제 자타 공인 로컬 사업 전문가로 거듭나는 중이다. 오 대표는 로컬 의미를 단순히 지리적 경계에 가두지 않는다. 그는 "로컬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내가 있는 곳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하나의 장르"라고 정의했다. 과거에는 서울 강남이나 대전 서구 둔산동 같은 핵심 상권 유동 인구에 의존해야 했으나 지금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브랜드를 직접 찾아오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수많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탄생하게 했다. 특히 관련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초기 자본금이 부족한 창업자들에게 기회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오 대표는 최근 로컬 창업 생태계에 불어닥친 보조금 의존 경향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지난 정부가 골목상권을 골목 산업으로 육성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으나 맥락 없는 보조금 수령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오 대표는 "보조금 3천만 원으로 사업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라며 "이 돈은 내 사업 가설을 시장에서 검증하고 고객 피드백을 받는 비용으로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창업자가 보조금을 제조 설비 등 사업 밑천으로 사용하는 데만 쏟아붓고 정작 중요한 고객 검증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고 꼬집었다. 그가 제안하는 로컬 브랜딩 핵심 전략은 '고객 여정 지도' 구축이다. 모든 단계에 힘을 주기보다 고객이 가장 강력한 즐거움, 즉 도파민을 느끼는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인스타그램 검색 순간일 수도, 매장에 도착해 처음 맛을 보는 순간일 수도 있다. 오 대표는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브랜딩에 성공한 원인은 맞이하는 순간의 강력한 임팩트 때문"이라며 "1인 기업일수록 모든 마케팅 채널에 매몰되지 말고 기억에 남는 단 한 순간을 설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원도심 관광 상권화를 위한 전략 도식화 © 제이어스
창업자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는 시장 검증 부재다. 오 대표는 이를 '딸기스무디 모순'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딸기스무디를 좋아한다고 해서, 혹은 잘 만든다고 해서 지갑을 열 고객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도 소상공인 상당수가 고객 취향이 아닌 생산자 관점에서 제품 완벽성에만 매몰되는 기질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적정 수준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고만을 고집하다 지쳐 쓰러지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증언한다. 특히 창업 초기 6개월은 철저한 제무재표와 원가 분석에 기반한 생존 훈련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오 대표는 "배달 음식으로 월 매출 수천만 원을 올리는 매장은 일과가 철저히 규칙화되어 있고, 모든 행동 지표를 재무와 원가 기반으로 움직인다"라며 기본기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업을 접어야 할 시기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그만두라는 말을 많이 하면 그때가 적기"라고 직설을 날렸다. 자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제품을 자식처럼 끼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 그는 "이번 정부 기조 중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실패할 용기를 준다는 점"이라며 "과정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복기할 수 있는 긍정적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한 자산이 된다"라고 말했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제이어스는 이제 플랫폼과 큐레이션을 넘어 AI 기반 창업 지원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가 지역 거점에서 체류 인구를 붙잡을 수 있도록 돕는 실무적 도구다. 나아가 오 대표는 소상공인 전용 투자 생태계 조성을 준비 중이다. 기존 벤처 투자는 M&A나 기업공개(IPO) 같은 명확한 회수 모델이 필요하지만, 골목 경제는 생리가 다르다. 그는 "재무적 가치를 넘어 동네의 가치를 함께 보는 자본시장법 밖의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로컬 창업이 단순한 일자리 창출 수단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뿌리내리길 바라는 그의 눈빛에서 대전 원도심의 새로운 활력이 읽혔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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