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파는 것이 아니라 '매칭'하는 것"... 채유철 유니브이알 부대표 인터뷰

기업과 인물

5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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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철 유니브이알 부대표 © 한국콘텐츠기업협회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중심지 대전. 이곳에 위치한 한국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열기가 뜨거운 대담이 열렸다. 방성예 한국콘텐츠기업협회 회장이 연구소 기업으로 출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유니브이알(UniVR) 채유철 부대표를 만났다. 채 부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고등학생 시절 하드웨어와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던 기술도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거듭났다. 현재는 시장 흐름을 날카롭게 읽는 마케터로 활약하고 있다. "훌륭한 기술을 잘 팔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체감했다"는 그의 말은 기술력만 믿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고전하는 수많은 창업가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채유철 부대표가 실행하는 마케팅은 제품 완성 후 홍보 문구를 고민하는 일반적 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참여해 시장 접점을 찾아낸다. "개발 전공자로서 연구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잘 압니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기술에만 매몰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다릅니다. 고객이 간절히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야 합니다." 그는 이를 '매칭 포인트(Match Point)'라 부른다. 유니브이알이 보유한 기술이 어떤 시장 요구와 맞닿아 있는지 찾아내고, 그에 적합한 설득 구조와 채널을 설계한다. 제품 출시 전부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활용해 타겟 고객을 분석하고 사업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는다. 이러한 철저한 사전 설계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핵심 동력이다. 유니브이알은 VR·AR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기반 삼아 연구소 기업으로 첫발을 뗐다. 초기에는 병원과 협업하며 의료·재활 솔루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채 부대표는 특수 환경에 머물던 기술을 대중 제품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물이 '게이밍 실내 자전거'다. 대표이사가 지닌 사이클 열정과 유니브이알이 보유한 게임 콘텐츠 기술을 결합했다. 이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3억 원을 모집하며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운동 기구를 파는 행위를 넘어,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 경험'을 제공한 결과다. 현재 유니브이알은 신세계 백화점 팝업스토어 입점은 물론 미국 아마존, 킥스타터 등 글로벌 플랫폼에 진출했다. 일본과 미국 수출길을 활발히 열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 개발자 출신다운 유연한 사고와 마케팅 감각이 만든 결실이다. 채 부대표는 인터뷰 내내 '줄 세우기' 철학을 역설했다. 대다수 기업이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려 할 때, 그는 오히려 가치를 높여 고객을 선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케팅 핵심은 줄을 세우는 행위입니다. 수요가 넘쳐 줄이 길어지면 제품 단가를 높일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인원을 모으기보다, 압도적 가치를 제공해 높은 가격에도 기꺼이 줄을 서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입니다." 단가를 높여야 서비스 질이 올라가고, 고객 만족도가 다시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한다는 논리다. 그는 노출 횟수만 늘리는 광고보다 브랜드 신뢰를 쌓는 콘텐츠 발행을 중시한다. 블로그, 유튜브, 지식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결제 전 고객이 심리적 이익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구매 후에도 재구매를 이끄는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을 병행하며 고객 이탈을 방지한다. 채 부대표는 한국콘텐츠기업협회 멘토로서 후배 창업자를 돕는 활동에도 열심이다. 특히 창업 7년 이내 기업 성장에 주목한다. "창업 7년이 지나면 조직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단계에 진입합니다. 그 이전 단계 기업은 마케팅 프로세스 하나만 제대로 잡아도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저는 액셀러레이터 마음가짐으로 이들이 자립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실제로 그가 컨설팅한 뷰티 회사는 4년 차에 매출 34억 원을 기록했다. 한 바이오 제조 기업은 3년 만에 연 매출 80억 원을 달성하며 강소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는 이런 성공 경험을 협회 회원사와 나누고자 '4주 실전 마케팅 교육'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이 교육은 이론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플랫폼별 광고 집행부터 관리 기법까지, 매출 규모에 맞춘 실무 위주로 구성한다. "먼저 기회를 주면 더 큰 기회가 돌아온다"는 그의 상생 철학이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진 셈이다. 인터뷰 끝바지, 방성예 회장이 운영하는 '베이스캠프' 컨셉 변화에 대해 채 부대표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캠핑이라는 도구로 현대인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프로그램은 정체성 변경이 아니라 새로운 '시그니처 메뉴'를 추가하는 과정이라 정의했다. "결국 마케팅은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메시지와 분위기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채유철 부대표는 기술(Hard)과 마음(Soft)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끊임없는 학습과 열정, 타인을 먼저 돕는 마음이 한국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이 기술로만 머물지 않고 누군가에게 닿아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 그것이 바로 그가 매일 아침 러닝머신 위에서 강의를 들으며 설계하는 '진정한 마케팅' 실체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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